1987년 만들어진 약 20만평 규모의 경북 고령의 고령1산업단지 내부엔 편의점이 단 한 개도 없다. 편의점을 가려면 산업단지 초입까지 가야 하고, 카페·식당·공원도 전무하다. 공장 외에 상업·편의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게 토지 용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 70여 곳 대부분이 주물 기업이라 직원들은 일을 마치고 자주 목욕탕을 찾지만, 가장 가까운 목욕탕은 차로 30~40분 거리 대구 시내에 있다. 이곳에 입주한 다산주철 김종태 대표는 “젊은 외국인 직원이 늘면서 탁구장 같은 체육 시설도 있었으면 좋겠고, 공원이나 하다 못해 쉴 수 있는 벤치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드라이브 스루’ 카페라도 하나 있으면 젊은 직원들이 지금보단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대구 성서공단 내 기계 부품 회사를 운영하는 김모(64) 대표도 “요새 더워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하루에도 여러 번 편의점을 다녀올 일이 있는데, 편의점이 5km나 떨어져 있어 차를 타고 한 직원이 다녀온다”고 했다.

업종 제한 규제도 산단의 변신을 가로막는 규제다. 철강업에서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포스코그룹도 산단 규제에 발이 묶였다. 포스코그룹은 광양 동호안 산단의 항만, 용수 등 기존 시설과 유휴 부지 및 미매립지를 활용한 조(兆) 단위 이차전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동호안 산단은 철강 관련 업종만 입주가 가능하다.

지난 14일 경기 포천시 염색 공장이 모여있는 신평 산업 단지. 공장 인근으로 들어서자 도로가 패이고, 곳곳에서 악취가 났다. 공장에 연결돼 있는 각종 파이프는 녹슬고 찌그러져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지난해 폐업한 한 공장은 관리인도 없이 방치돼 공장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고, 스팀 파이프와 용수통 곳곳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인근 염색 공장 직원은 “관리인도 없이 방치된 지 1년이 돼 간다”고 했다. 100여m 떨어진 또 다른 곳에선 연달아 있는 대형 염색 공장 세 곳이 모두 휴·폐업으로 방치돼 있었다.